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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로더리고>후기

 내용

1. ''청소년극'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참 재미있었다.  보통 청소년극이라 함은 학교폭력, 왕따, 반항 등 부정적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된 극은 과연 어떤 답을 주려고 하는가, 무엇이 다를까 궁금했다.

2.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라는 책이 원작이다. 나는 읽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 읽었어도 '로더리고'를 기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주인공은 덩치 크고 근육질의 장군인 오셀로이고, 로더리고는 그저 그의 부하인 이아고의 친구 정도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극에서는 베니스의 아싸였던 로더리고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등장인물은 여럿이지만 배우는 하나, 오로지 로더리고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흘러간다.

3. 로더리고는 참 찌질하다. 뭔가 어벙벙,하고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늘 어설픈, 짠하면서도 한숨이 나오는 그런 캐릭터다. 그런 로더리고가 베니스의 핵인싸, 데스데모나에 한눈에 반한다. 그녀를 사로잡고 싶지만 자신은 부족하다고 느끼며 고민하다가 오셀로의 부하 이아고를 만나 친구가 되고,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와 사랑에 빠져있는 오셀로처럼, 아니면 흰 피부에 잘생긴 카시오처럼 분장하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한다. 로더리고는 그의 말에 따라 이것저것을 시도하지만 결국 전부 실패. 망했다고 생각하며 데스데모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순간 그녀는 그의 이름을 물어보는데.. 과연 로더리고는 데스데모나에게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4. 내용은 흥미롭지만, 너무 1차원적 사고에서 머무른 느낌이 있다. 공연의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해하기에는 쉽지만 개인적으로 보고 나면 더 많은 의문이 생기고 궁금하게 만드는 극을 좋아하기 때문에 약간은 밋밋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모두가 데스데모나, 혹은 오셀로처럼 '인싸'가 되고 싶어 하는 이 시대에 소속감에 대한 욕구에 대한 고민과 그런 욕구를 가진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극과 현실을 굉장히 잘 엮었다고 생각한다.

5. 무대와 연출이 인상 깊었다. 시대에 걸맞은 의상과 소품들은 눈을 사로잡았고 한 사람이 다역을 소화해야 해 헷갈릴 수 있는데 적절한 조명으로 차이를 주었다. 특히 거울이 3개나 있는 연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 이렇게 거울을 많이 두었을까 내내 고민했는데, 로더리고가 오셀로나 카시오를 따라 하며 분장하는 모습, 그리고 다시 지우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결국은 자신을 계속 돌아보고 비춰보게 되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극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로더리고가 사랑에 빠졌던 데스데모나가 그의 거울 같은 역할을 했다는 생각도 들고.

6. 고영민 배우님 혼자 70분 가까이 극을 끌고 나가시는데, 정말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정말 흡입력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조명에 따라, 작은 디테일에 따라 얼굴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천의 얼굴이라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게다가 작은 소극장에서 관객 한 명 한 명을 보고 연기하니, 정말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데스데모나 마네킹과 연기하는데 데스데모나가 순간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하면 내가 얼마나 몰입해서 보았는지  설명이 될 것이다.

7. 셰익스피어 작이라고 하면 일단 어려울 것 같고 따분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 극을 보고 나니 <오셀로>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판소리 <오셀로>가 올해 공연되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못 봐서 정말 아쉽다.ㅠㅠ

8. 이 극의 주최자인 '창작집단 다정다감'은 한 해 동안 연극 실험을 하고자 하는 극작가 1인을 중심으로 해당 극작가가 원하는 방식으로 연습 과정을 거쳐 연극을 발표하는 프로젝트 극단이라고 한다.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다음 작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실험적인 연극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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