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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유리동물원>은 잊어라!

- 극단 예휘의 유리동물원 연습실 취재본 공연을 한달 남겨둔, 3월 19일 토요일 오후, 유리동물원 팀의 연습이 한창인 삼선교 근처의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의 문을 열기도 전에, 엄마 아만다와 아들 톰이 소리 높여 싸우는 소리가 강하게 들려왔다. 기자는 잠깐 '이 순간에 문을 열고 들어가야 되나?' 망설였다. 그러나 기왕 취재하기로 마음 먹은 거 노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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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예휘의 유리동물원 연습실 취재

본 공연을 한달 남겨둔, 3월 19일 토요일 오후, 유리동물원 팀의 연습이 한창인 삼선교 근처의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의 문을 열기도 전에, 엄마 아만다와 아들 톰이 소리 높여 싸우는 소리가 강하게 들려왔다. 기자는 잠깐 '이 순간에 문을 열고 들어가야 되나?' 망설였다. 그러나 기왕 취재하기로 마음 먹은 거 노크를 하고 연습실로 들어갔다. 간단히 인사를 한 후 그들의 연습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조금 뒤, 딸 로라와 짐의 모습이 왜 안보일까 생각하던 중 연출가가 한마디 하신다. 다른 팀은 옆방에서 따로 연습하고 있으니 자유롭게 이방 저방 왔다갔다 하면서 연습을 참관하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래서 옆방으로 가서 다시 조용히 앉아 그들의 연습을 지켜보던 기자. 두 방의 연습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고 느꼈다. 로라와 짐은 조연출 최교익씨의 지시를 받으면서 조용 조용 서로의 대사를 맞춰보고 있었으며, 아만다와 톰은 연출가의 지시를 받으면서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연기를 맞춰보고 있었다.

로라와 짐은 톰의 초대로, 둘이 만나는 장면을 연습 중이다. 로라 역을 한 조선주씨는 자신의 역에 딱 맞게 정말 한 대 치면 곧 바스러질 것 같은 얼굴과 체격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남자 관객들이 본다면 푸근히 보호해주고 싶은 이미지를 지녔다.  짐의 첫 인사, 그 뒤에 이어지는 "요즘에 수줍음을 타는 아가씨를 만나기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기지"라는 말이 이어지자 로라는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움추린 모습 그대로이다.

짐역을 맡은 한창완씨는 언뜻 보면, 바람둥이로 보인다. 이목구비가 워낙 뚜렷하게 생겨서 더 그렇게 보이는지도. 하지만, 다시 자세히 보면, 참 진지해 보인다. 바람둥이 짐을 연기하는 듯 하기도 하나 나름대로 로라에 대한 진심을 보이려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 한창완씨는 조연출과 이야기를 나눠 갖는다. 짐의 심정이 어떠한 것인지를 조연출이 이야기 한다.

극 속에서 짐은 로라를 현실세계로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볼 수 있다. 반면 로라를 더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한다. 짐과 로라는 아주 잠깐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짐은 로라를 떠나버린다.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 체. 복잡미묘한 감정의 나락을 실제 무대에선 어떻게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연습실 취재를 하기 얼마 전 다시 한번 희곡을 숙독하고 간 기자 그래서 그런지, 장면 하나 하나가 눈 앞에 그림처럼 떠오른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그들이 보여주는 이미지가 어떻게 다른지 역시 속으로 체크하기도 했다.

로라와 짐이 춤을 추는 장면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조연출이 그들의 대사를 끊고 한마디 한다. "장님이 와서 공연을 본다고 생각해봐. 귀가 안들리는 사람이 봐도 즐겁게 춤을 춰봐" 지적을 받자 짐은 한참을 생각하는 표정이 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로라 조선주씨와 짐 한창완씨의 연기를 웃으면서 바라보니, 조연출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한마디 하신다. "짐, 장동건 닮았지 않아요?" 그래서 기자 자세히 쳐다보곤 그냥 다시 웃고 말았다. 실제론 눈빛이 너무 강렬해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기에.(웃음)

다시 엄마 아만다(이승연)와 아들 톰(김기민)이 연습중인 방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에너지가 너무도 강렬해 참관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까지 빼앗아 갈 듯 보인다.

아만다가 톰을 앞에 앉혀 놓고 신신 당부를 한다. "부랑자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라는 말을 하지만 톰은 별 신경쓰지 않는 표정이다. 다시 아만다가 "콘 플레이크를 먹겠니?"라는 말을 거의 징징 짜듯이 한다. 연출 역시 한마디 던진다. "별 일도 아닌데 징징 짜듯이 연기를 해라. 호들갑스런 어머니들이 흔히 그러듯" 다시 앞 장면으로 돌아가서 연습이 시작된다.

그리고 엄마가 톰에게 대단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듯 폼을 잡는다. 아만다가 로라 이야기를 꺼내지만 여전히 톰은 무심한 표정이다. 이때 아만다의 심정은 어떠할까? 연출가가 속시원히 대답을 해준다. "아버지도 화상인데 아들도 화상인 상황이다. 집안일엔 신경도 안쓰고 무심한 아들의 모습을 보일 때 엄마의 심정이 어떠겠는가?"

아만다 역을 한 이승연씨는 연출가의 말을 곧바로 알아듣고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잘 잡아내서 표현해준다. 송윤석 연출가는 배우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그 상황이 납득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거나,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우들이 연습을 하고 있는 동안은 옆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그들의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고뇌하는 모습 역시 살짝 겹쳐 보여진다.

유리동물원'에 등장하는 아만다, 로라, 톰의 삶은 답답하고 우울하다. 특히, 가정 내의 갈등과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복잡하게 뒤틀린 로라는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여자이다. 그리고 가장 기대되는 마지막 장면이 이번 공연에선 어떻게 연출될지 너무도 궁금해진다.

2005년 누다 연극제 첫 작품으로, 4월 19일 연우소극장에서 막이 오를 극단 예휘의 <유리동물원>은 마리오네트라는 표현양식을 도입할 것이다. 톰 역을 한 김기민씨는 이미 마리오네트 인형같은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표현해낸다. 아만다와 싸울땐 곧 잡아먹을 듯 무서운 표정이다. 그렇게 그들의 연습장면을 눈여겨 본 후, 스멀 스멀 올라오는 여러 호기심을 잠재운 뒤 연습실을 나섰다. 나중에 연출가와 여러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거라는 위로를 스스로 하면서, 저녁 봄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otr 정다훈 기자(jungdh@ot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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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뉴스
  • 200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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