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사유재산화에 대한 (사)한국연극협회의 입장

친일과 냉전의 상징에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공극장으로

 
“죽음의 벽” –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기 위한 상징물이다. 역사적인 장소에 대한 상징이자 반면교사로서, 과거사 청산에 대한 의지로서 후대와 현대 시민들에게 남겨진 유산인 것이다. 특정적인 공간이나 장소가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중요한 상징을 갖게 되는 것은 특정적인 사건 혹은 정치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역사적인 반성과 더불어 사회 변화에 대한 시민의식을 반영하는 상징을 취득하게 됨으로써 주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남산예술센터에 대한 근 3년간의 논쟁은 친일과 냉전의 산물로써 남산예술센터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국연극협회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고(故)동랑 유치진의 공공재산 사유화 과정이 고스란히 공개된 상황에서 다시 사유재산을 주장하며 공공성을 훼손시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대한민국 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서울예술대학교(학교법인 동랑예술원)의 행보가 과거청산을 위한 사회적 정신 보다는 편법을 통해 획득한 사적 재산에 대한 이기와 탐욕만으로 비추어지는 점에서 연극예술계 뿐 아니라 시민 사회에서의 우려 또한 당연하다. 친일 청산이 되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과거사 청산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의 오욕을 그대로 쓰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후대에 이르러서도 친일파이며 공공재를 사유 재산으로 변형하여 사용한 모리배로 업적을 남길 것인지는 사유재산권을 주장하는 학교 재단 이사진의 몫이 되었다.
 
남산예술센터가 역사적인 공간으로 명예롭게 유지되는 방법은 공공극장으로서 역할을 할 때 이다. 단지 지자체와 지역 문화재단의 판단과 운영에 맡긴 정부와 문체부의 책임 방기 역시 문제이지만, 과거 유신독재의 산물이며 이전 친일의 산물, 기거에 냉전시대의 산물이기도 한 남산예술센터는 이미 공공극장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위탁운영 속에서 창작 초연 극장으로서 주류 문화가 아닌 비주류를 주제로 한 많은 작품들을 선택하고 공연해 온 운영진들의 노고 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의식을 반영하는 주요한 작품들을 통해 남산예술센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든 수많은 연극인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창출된 것이며 시민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 실현의 예가 된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재화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산업으로서의 가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는 공공가치를 지닌다. 문화예술의 공공가치는 시민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함께 발전되어 왔다. 시민사회의 변화는 작품의 소재와 주제의 다양한 담론들을 수용하면서 양적, 질적 변화를 이루어 왔다. 따라서 남산예술센터는 다양한 주제와 사상을 포함하는 실험적 작품들이 끊임없이 순환되면서 성역 없는 비판과 사회에 대한 날선 시선을 던지는 다양한 주제가 펼쳐지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남산예술센터의 운영은 공공성을 획득한 공간을 계속 유지하면서 학교 재단의 설립 취지와 연극문화 발전을 위한 공공성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설정하여야 한다. 이것이 공적 재산의 사유화가 아닌 사회 환원으로서 책임이다. 게다가 설립자의 친일 부역에 대한 반성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시민사회에서 바라보는 학교재단 동랑학원의 명예는 끊임없이 친일 부역과 냉전, 그리고 유신의 망령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학교 재단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동랑학원의 공공성 획득에 대한 노력을 묻고 싶다.
 
또한 국가적인 입장에서도 남산예술센터를 사유 재산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산물로서 문화예술계의 주요한 유산으로 인정하여 공공극장으로서의 역할을 획득할 수 있도록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하여 공공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 등, 역사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 이 안에서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창작권과 향유권이 보장되는 살아 움직이는 극장으로서의 남산아트센터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부디 남산예술센터가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이 발현되는 공공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길 바란다.
 

2020. 12.04
(사) 한국연극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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