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는 공연계는 요구한다 – 소소티켓 잠정 중단과 일괄적인 공연장 거리두기 지침에 대한 연극계의 입장

(사) 한국연극협회 보도자료

2020년 1월 말부터 시작된 COVID19 여파로 문화예술계는 신음하기 시작했다. 특히 관객과 만남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공연예술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갔다. 5년 전 메르스 여파로 한번 홍역을 앓은 공연예술계는 민간연극인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자체 방역 지침과 지자체 및 문화재단 등의 지원으로 혼란을 최소화 하면서 관객 및 참여자 문진과 방문기록, 객석의 거리두기, 관객 마스크 착용 등 공연장 방역 지침의 표본을 구축해 나갔다. 그 결과 2월 이후 10월까지 8개월 동안 공연장 감염자 0명이라는 기록을 남겼고 질병관리본부의 과감한 방역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K-방역이라는 찬사 받고 있다. 또한 K-방역의 선두주자로 공연예술인들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마찬가지로 공연예술계에서 극장 감염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은 공연예술인들의 방역 지침을 완벽히 이해하고 스스로가 생활방역을 철저히 지키면서 예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완성해 주시는 많은 관객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2월부터 공연장 방역물품 지원, 예술인 긴급 생활 안정자금, 창작준비금, 공연예술 특성화 극장 지원, 공연예술 인력지원 사업 등을 통해 3차 추경에 이르는 동안 고사 직전의 공연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가들의 신음이 계속 들린다.

 

공연예술은 현장성의 미학을 가졌다. 무대와 객석으로 구분된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은 환영을 만들고 그 환영의 완성은 공연을 찾아온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작품을 완성한다. 관객은 공연의 필수 요소다. 이러한 의미에서 관객들을 위한 8,000원 공연예술 관람료 지원 사업 – “소소티켓” – 이 정부당국의 기획과 협조 하에 진행되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예술인들의 공연권과 더불어 관객의 향유권을 배려한 좋은 지원 대책임에 틀림없다. 공연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것이 언택트 시대 공연예술의 대안으로 생각했던 영상화 사업에 비하면 훨씬 공연예술인에 대한 연극 미학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이 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공연장이 현재처럼 좌석간 거리두기를 유지하거나, 거리두기 지침의 강화 등으로 국공립극장의 폐쇄를 하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혜택이 일어나게 될까? 보통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은 혼자 들어오지 않는다. 일행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공연장에서만 거리두기를 한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던 사람이며, 함께 찾은 이와 이미 극장 근처 식당에서 함께 식사 혹은 차 한 잔을 나누고 공연장에 도착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꼼꼼히 하고 방역지침에 따라 발열체크와 함께 방문기록을 남긴다. 거기에 방금 전까지 손잡고 있던 이들이 좌석간 거리두기를 하고 관람한다. 거기에 공연장 안에서는 서로간의 대화는 거의 없다. 공연을 조용히 관극하고 커튼콜 때 고생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쳐 줌으로서 서로간의 존중에 화답한다. 그 과정을 통해 공연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좌석간 거리두기가 의미가 있을까?

 

10월까지 공연장을 찾은 관객 수는 300만 명이 넘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연장에서 확진 전파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이는 공연예술가 스스로가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르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 스스로가 방역 지침을 함께 따르기에 만들어지는 결과다. 이렇게 함께 완성하는 공연예술의 미학적인 가치가 존중받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창작자에겐 공연권을 보장하고 관객에게는 향유권을 보장하면서 상생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침체된 한국 공연예술계를 살리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확진 발생 수가 높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한국의 방역체계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특히 극장의 경우 한국의 경우를 따라서 좌석 거리두기 등을 시행하면서 공연장을 다시 열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5000석 미만의 극장에서는 마스크 착용 등의 기본 방역 의무사항만 적용되어도 100% 객석 점유를 시행하기도 한다. 공연의 특성상 공연을 보면서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대화를 자제하는 관객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COVID 19, 혹은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또 다른 질병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상황에서 공연예술은 관객과 함께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미학적인 원칙을 지키고 새로운 일상의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좀 더 세분화된 지침을 내려야 한다. 단지 시설로 극장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동선과 습성에 맞는 지침으로 변화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방역당국의 세분화되지 않은 지침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공연장 K-방역의 선두주자로 희생을 하면서 공연을 지켜온 예술가들과 이런 예술가들을 위해 노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나 예술인복지재단, 문화예술위원회 등 유관 기관들의 노력은 희석된다. 따라서 거리두기 단계에서 공연장만큼은 일괄 적용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술인들과 관객들은 지금껏 공연장 안전을 지켜왔던 것처럼 공연장을 지켜나갈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내용이 특정집단의 이기주의로 비춰지면 어쩌나 하는 조심스런 마음도 있다. 하지만 탁상에서 만들어진 지침이 아닌 현장예술인들의 상황을 반영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

 

() 한국연극협회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세요. 선택!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