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남자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여자들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라이어>, <룸넘버13>, <보잉보잉>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실 기대도 별로 안 했었다. 대부분의 그런 류의 연극에서 남자는 여자와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오랜시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 오고, 여자들은 몸매가 좋거나 멍청하거나 쓸데없이 착하거나 허영덩어리를 맡아왔다. 신기하게도 적어도 그 넷 중 두 가지 이상의 속성을 가진 그녀들은 남자의 거짓말을 전혀 모른채 속아왔다.
하지만 <모두의 남자>는 좀 달랐다. 여성이 대상화되는 느낌이 없었다. 그리고 템포와 말장난만을 연극적이라고 내세우지 않고 다른 것들도 연극적으로 풀었고 그 뻔뻔함이 좋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못 한 날이 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남자의 거짓말을 소재로 한 소동극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거부감 없이 재미나게 본 작품이었다. 초연은 이미 끝이 났지만, 재연을 하게 된다면 강력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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